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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은 코빗을 산 것이 아니라 시간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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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의 코빗 인수와 가상자산 시장 진출을 상징하는 이미지
이미지 출처: 미래에셋증권

2025년 12월 말, 미래에셋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을 약 1,400억 원에 인수한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이 소식이 주목받은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미래에셋이라는 전통 금융 시장의 대표적 플레이어가 가상자산 거래소를 인수한 국내 첫 사례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다소 부정적인 시선을 받아왔던 가상자산 산업이 이제 제도권 금융의 중심으로 편입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기 때문이다.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한국에서 원화로 가상자산 거래가 가능한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까지 총 다섯 곳이다. 이들은 모두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은행 실명계좌와 연동된 ‘원화마켓’을 운영한다. 코빗은 이 다섯 곳 중 하나로, 제도권 내에서 영업이 가능한 가상자산 거래소다.

주주 구성과 인수 이력

코빗의 주주는 크게 두 곳이다.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와 SK스퀘어다. 넥슨은 2017년 코빗 지분 65.19%를 약 913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기준 기업가치는 약 1,400억 원이었다. 이후 2021년 SK스퀘어가 약 900억 원을 투자해 35% 지분을 확보했고, 이때 평가된 기업가치는 약 2,500억 원이다. 두 시점 모두 가상자산 시장이 활발했던 이른바 ‘불장’ 시기였다.

설립 시기와 실적

코빗은 2013년 7월 설립됐다. ‘한국비트코인거래소’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가상자산 거래소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다만 실적은 시장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2021년 매출은 226억 원이었으나 이후 급감해 2024년에는 87억 원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최근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해 업비트 매출이 1조 7천억 원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빗의 시장 내 점유율은 매우 제한적이다.

코빗은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어 PER이나 EV/EBITDA와 같은 전통적인 이익 기반 밸류에이션을 적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매출액(PSR)이나 거래대금 규모에 멀티플(배수)을 적용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단위: 억원)

구분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점유율_2025년68.87%28.26%2.24%0.51%0.12%
매출액_2024년17,0954,9634418780

최근 네이버와 업비트 간 주식 교환 과정에서 업비트의 기업가치는 약 15조 1천억 원으로 평가됐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코빗의 시장점유율은 약 0.5% 수준이다. 업비트 대비 점유율 비중을 그대로 적용하면 코빗의 기업가치는 약 1,100억 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단위: 억원)

구분금액
업비트 기업가치151,000
업비트 시장점유율68.87
코빗 시장점유율0.51
점유율 기준 코빗 / 업비트0.74%
코빗 기업가치1,118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결과는 더 낮다. 업비트의 기업가치와 매출을 기준으로 한 PSR은 약 9배 수준이다. 이를 코빗의 2024년 매출 87억 원에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약 768억 원이 나온다.

(단위: 억원)

구분금액
업비트 기업가치151,000
업비트 시장점유율17,095
코빗 시장점유율9
점유율 기준 코빗 / 업비트87
코빗 기업가치768

기사에서 언급된 인수 금액이 1,000억~1,400억 원 범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에서는 매출보다는 거래대금이나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한 밸류에이션이 적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계산은 어디까지나 테크니컬한 접근일 뿐, 이 거래의 본질을 모두 설명하지는 못한다.

미래에셋은 왜 샀을까

표면적으로는 디지털자산, 토큰화, 웹3 전략의 거점 확보라는 설명이 제시된다. 하지만 이 인수의 핵심은 보다 단순하다. 가상자산 사업에 진입하겠다는 박현주 회장의 의지다.

특히 중요했던 요소는 원화마켓 라이선스다. 국내에서 은행 실명계좌와 연동된 가상자산 거래소는 다섯 곳뿐이며, 신규로 이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데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코빗은 이미 신한은행과 실명계좌 연동을 완료했고, 규제 승인도 모두 받은 상태이다.

미래에셋 입장에서 1,400억 원은 강남, 정확히는 테헤란로 건물 한 채 가격 수준이다. 이 금액으로 가상자산 사업자 면허와 즉시 운영 가능한 플랫폼을 확보할 수 있다면, 이는 ‘비용’이 아니라 ‘시간을 사는 선택’에 가깝다.

코빗 주주들은 왜 팔았을까

코빗의 대주주였던 넥슨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이 매각을 설명하기 어렵다. 고(故) 김정주 회장은 가상자산에 단순한 관심을 넘어 적극적으로 베팅한 인물이었다. 2017년 코빗 인수, 2021년 일본 법인을 통한 비트코인 1,700개 매입은 그 상징적인 사례다.

그러나 2022년 김정주 회장의 별세 이후, 이 사업을 이끌어갈 동력은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코빗은 2024년부터 시장에 매물로 등장했고, 국내외 여러 인수 후보가 거론됐다. 결국 가격과 매각 의지 측면에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가 미래에셋이었고, 거래는 성사됐다.

이 인수는 결과적으로 김정주 회장의 의지에서 박현주 회장의 의지로 가상자산 사업의 바통이 넘어간 사건으로 정리할 수 있다.

마무리

1,400억 원이라는 숫자는 비싸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면허와 시간, 그리고 진입 장벽의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인수는 김정주 회장이 열어놓은 가상자산의 문을, 박현주 회장이 본격적으로 밀고 들어간 사건으로 요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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