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2,200억 원의 ‘헤트라스’, 어떤 경쟁력이 있길래?

카페와 병원, 상가의 화장실까지. 어디선가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디퓨저 브랜드 헤트라스가 2,2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MLB와 디스커버리를 전개하는 패션기업 F&F가 메리츠증권, 티그리스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헤트라스 운영사 쑥쑥컴퍼니의 지분 70%를 약 1,55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한 것입니다.
F&F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약 1조 9,300억 원, 영업이익 약 4,600억 원을 기록한 상장사입니다. 그동안 듀베티카와 세르지오 타키니 등 패션 브랜드를 인수해 온 F&F가 이번에는 향기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선택했습니다.
2022년에 설립된 쑥쑥컴퍼니는 어떻게 짧은 시간 안에 이 정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을까요? 헤트라스의 성장 과정과 재무제표를 살펴보고, 이번 거래에 담긴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이름처럼 ‘쑥쑥’ 큰 헤트라스
헤트라스는 쑥쑥컴퍼니가 운영하는 디퓨저 브랜드입니다. 대표 제품인 ‘호텔 우드(Hotel Wood)’ 향이 교보문고 매장의 향과 비슷하다는 인식 때문에 ‘교보문고 디퓨저’라는 별명으로도 알려졌습니다. 다만 교보문고는 실제 매장에서 ‘The Scent of Page(책향)’라는 자체 시그니처 향을 사용합니다.
쑥쑥컴퍼니는 2022년 5월 설립됐으며, 2025년 재무제표가 제4기 실적에 해당합니다. 외부 투자 없이 두 명의 주주가 각각 80%, 20%의 지분을 보유해 왔습니다.
회사의 이름처럼 성장 속도는 가팔랐습니다. 매출은 2023년 140억 원에서 2024년 384억 원, 2025년 846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2년 사이 6배가 넘는 규모로 성장한 셈입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4억 원에서 237억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헤트라스 3개년 경영 성과
(단위 : 억원)
| 구분 | 2023년 | 2024년 | 2025년 |
|---|---|---|---|
| 매출액 | 140 | 384 | 846 |
| 매출원가 | 63 | 167 | 327 |
| 매출총이익 | 76 | 217 | 518 |
| 판매비와 관리비 | 42 | 120 | 280 |
| 영업이익 | 34 | 96 | 237 |
| 매출원가율 | 45.00% | 43.49% | 38.65% |
| 영업이익률 | 24.29% | 25.00% | 28.01% |
매출이 커지는 동안 수익성도 좋아졌습니다. 매출원가율은 2023년 45.00%에서 2025년 38.65%로 낮아졌고, 영업이익률은 24.29%에서 28.01%로 높아졌습니다. 단순히 많이 판매한 데 그치지 않고, 매출이 늘어날수록 이익을 남기는 힘도 함께 커진 것입니다.
만 원대 디퓨저가 만든 빈틈
헤트라스의 빠른 성장 배경에는 ‘초가성비 럭셔리(Affordable Luxury)’ 전략이 있습니다.
헤트라스가 등장하기 전 디퓨저 시장은 1~2만 원대의 대중적인 제품과 10만 원이 넘는 니치 브랜드 제품으로 양분돼 있었습니다. 조말론이나 딥티크 같은 고가 브랜드는 선물용으로는 매력적이지만, 일상에서 꾸준히 사용하는 소모품으로 구매하기에는 가격 부담이 컸습니다.
헤트라스는 이 사이를 파고들었습니다. 고급 호텔이나 편집숍의 오브제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과 향을 내세우면서, 500ml 대용량 제품을 만 원대에 판매했습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넉넉한 용량, 접근하기 쉬운 가격을 한 제품 안에 담은 것입니다.
‘호텔 우드’처럼 이름만으로 공간과 분위기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제품은 카페와 상업시설 등 다양한 장소에 놓였습니다.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지 않았더라도 브랜드를 어디선가 본 듯 친숙하게 느낄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빠른 성장 뒤의 재무구조는 어떨까?
2025년 말 쑥쑥컴퍼니의 자산총계는 596억 원입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토지·건물·건설중인자산을 합한 부동산 291억 원입니다. 이 밖에 재고자산 108억 원, 현금 80억 원, 매출채권 53억 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쑥쑥컴퍼니 재무상태표 요약(2025년 말)
| 구분 | 금액 | 비고 |
|---|---|---|
| 현금 | 80억 | |
| 매출채권 | 53억 | |
| 재고자산 | 108억 | |
| 부동산 | 291억 | 토지·건물·건설중인자산 |
| 기타자산 | 64억 | |
| 자산총계 | 596억 | |
| 차입금 | 178억 | 장기·단기차입금 |
| 매입채무 | 52억 | |
| 기타부채 | 39억 | |
| 부채총계 | 269억 | |
| 자본금 | 0.5억 | |
| 이익잉여금 | 326억 | |
| 자본총계 | 327억 |
차입금은 장기와 단기를 합쳐 178억 원이며, 부채총계는 269억 원입니다. 반면 창업 이후 벌어들인 이익이 쌓인 이익잉여금은 326억 원에 달합니다. 설립 후 불과 몇 년 만에 자본총계가 327억 원까지 늘어난 데에는 2023년부터 이어진 높은 영업이익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2,200억 원의 몸값은 어떻게 나왔을까?
기업 인수·합병에서는 회사가 본업으로 현금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보기 위해 EBITDA와 멀티플을 자주 활용합니다. EBITDA는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한 수치이며, 여기에 일정한 배수를 적용해 영업가치를 구합니다.
쑥쑥컴퍼니의 2025년 영업이익 237억 원에 시설장치와 무형자산 감가상각비 4억 원을 더하면 EBITDA는 241억 원입니다.
기업가치 2,200억 원을 재무제표 수치로 단순하게 역산해 보겠습니다. 현금 80억 원과 부동산 291억 원을 더하고 차입금 178억 원을 빼면 비영업자산은 193억 원입니다. 전체 기업가치에서 이를 제외한 영업가치는 2,007억 원이며, 이를 EBITDA 241억 원으로 나누면 멀티플은 약 8.33배가 됩니다.
헤트라스 기업가치 역산
| 구분 | 금액 |
|---|---|
| 영업이익 | 237억 원 |
| 감가상각비 | 4억 원 |
| EBITDA | 241억 원 |
| 멀티플 | 8.33배 |
| 영업가치 | 2,007억 원 |
| 현금및현금성자산 | 80억 원 |
| 장·단기차입금 | 178억 원 |
| 부동산 | 291억 원 |
| 비영업자산 | 193억 원 |
| 기업가치 | 2,200억 원 |
F&F는 펀드 결성 1년 후부터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도 확보했습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이 옵션의 행사 가격은 최근 EBITDA의 7.5배 수준으로 설정됐습니다.
재무제표만으로 계산한 8.33배와 콜옵션에 적용된 7.5배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거래 과정에서 일회성 요인 등을 조정한 정상화 EBITDA를 사용하거나 부동산에 장부가액이 아닌 감정평가액을 반영하면 값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조정 내역은 공개된 재무제표만으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패션기업 F&F가 ‘향’을 선택한 이유
F&F가 헤트라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제품군 하나만은 아닙니다. 이번 인수의 의미는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째, 패션과 다른 재고 구조를 가진 사업입니다. 의류는 성별과 디자인, 색상, 사이즈, 계절에 따라 재고 종류가 빠르게 늘어납니다. 유행과 계절이 지나면 할인 판매가 필요해 재고 부담도 커집니다. 반면 디퓨저는 같은 향을 꾸준히 판매할 수 있어 의류보다 유행과 계절 변화의 영향을 덜 받습니다. 듀베티카와 세르지오 타키니 등 기존 인수 대상이 모두 패션 브랜드였던 것과 달리, 헤트라스는 F&F가 처음 선택한 비의류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둘째, 해외 확장 가능성입니다. 헤트라스의 안국점과 성수점은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매장으로 자리 잡았고, 향기 제품은 K-뷰티의 범주에서도 소개할 수 있습니다. F&F는 이미 MLB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경험이 있으며, 2025년에는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이 중국에서 발생했습니다. 헤트라스는 F&F가 보유한 해외 사업 경험을 접목할 수 있는 자체 브랜드입니다.
셋째, 라이선스가 아닌 자체 브랜드를 확보했다는 점입니다. F&F의 핵심 브랜드인 MLB와 디스커버리는 각각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워너브라더스의 상표권을 빌려 사용합니다. 정확한 로열티율과 지급액은 공개되지 않으며, 재무제표에서도 다른 비용과 함께 지급수수료에 포함됩니다.
통상적인 로열티율의 중간값인 5%와 MLB·디스커버리의 매출 비중 95%를 단순 적용하면, 2025년 매출 1조 9,000억 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간 로열티는 약 903억 원입니다. 이는 공개된 실제 지급액이 아니라 가정을 적용한 계산이지만, F&F 입장에서 자체 브랜드가 갖는 의미를 보여줍니다. 약 2년 반치에 해당하는 금액이면 헤트라스의 기업가치 2,200억 원과 비슷해집니다.
매출 846억 원 회사가 인정받은 가치
헤트라스는 설립 후 짧은 기간 동안 매출을 빠르게 늘리는 동시에 20%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했습니다. 대용량과 만 원대 가격,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향을 결합한 전략은 디퓨저 시장의 빈틈을 파고들었고, 그 성과는 매출과 이익의 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F&F에 헤트라스는 패션과 다른 재고 구조를 가진 사업이자 해외로 확장할 수 있는 브랜드이며, 별도의 상표권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자체 브랜드입니다. 기업가치 2,200억 원은 헤트라스가 지금까지 쌓은 실적뿐 아니라, F&F의 기존 사업과는 다른 선택지를 더해 준 거래의 규모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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