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SAFE 투자, 왜 ‘투자’를 받았는데 재무제표에는 부채로 표시될까?

작성일
SAFE 투자금이 재무제표에 부채로 표시되는 이유를 다룬 칼럼 대표 이미지

최근 스타트업 투자계약에서 SAFE(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를 활용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SAFE는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에서 주로 사용되는 계약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우리나라에도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 제도가 도입되면서, 최근에는 국내 VC와 액셀러레이터의 초기 투자에서도 SAFE를 활용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SAFE를 통해 투자를 받은 대표님들과 상담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투자를 받았는데 왜 재무제표에는 부채로 표시되나요?” 투자자는 분명 회사에 투자했다고 생각하고, 대표 역시 “투자를 유치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회계상으로는 부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맞는 것일까요?

SAFE는 왜 만들어졌을까?

SAFE는 미국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Y Combinator(YC)가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보다 간편하게 진행하기 위해 만든 계약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은 기업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매출은 거의 없지만 기술력은 뛰어나기도 하고, 제품은 출시되지 않았지만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기도 합니다.

이처럼 기업가치를 합리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단계에서 투자자와 창업자가 기업가치를 놓고 오랜 협상을 반복하는 것은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었습니다. SAFE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투자자는 먼저 자금을 투자하고, 기업가치는 다음 투자 라운드에서 전문 투자자가 평가한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결정하며, 그 시점에 SAFE 투자자는 일정한 할인율이나 Valuation Cap 등에 따라 주식을 배정받게 됩니다.

즉, ‘지금은 투자하고, 주식은 나중에 받는 구조’입니다. 덕분에 계약은 단순해지고 투자 속도는 빨라졌으며, 초기 스타트업은 보다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 회계에서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타납니다.

SAFE의 경제적 취지는 분명 투자입니다. 하지만 현재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는 SAFE만을 위한 별도의 회계처리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한 SAFE 계약이 체결되는 시점에는 아직 주식이 발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법상 자본금으로도 볼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실무에서는 보수적인 접근에 따라 SAFE 투자금을 부채로 계상하는 사례가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대표 입장에서는 분명 투자를 받았는데 재무제표에는 부채가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SAFE가 일반적인 차입금과 같은 것은 아닙니다.

SAFE 계약의 내용을 살펴보면 일반적인 대출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 상환 만기가 없습니다.
  • 이자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 원칙적으로 현금 상환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 후속 투자 시 주식으로 전환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즉, 계약의 경제적 실질만 놓고 보면 미래 지분 투자의 성격이 매우 강한 금융상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현재 회계기준과 경제적 실질 사이에 괴리가 발생합니다.

실무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실제 문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최근 정부지원사업이나 정책자금 신청에서는 부채비율이나 자본잠식 여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SAFE 투자금이 형식적으로 부채로 계상되면서 충분한 투자를 유치한 기업임에도 재무지표가 실제보다 불리하게 나타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실무에서는 이러한 경우 계약의 구조와 투자 목적을 면밀히 검토하여 SAFE가 가지는 경제적 실질을 설명하고, 사업 공고의 취지와 관련 법령을 함께 검토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즉, 단순히 재무제표에 ‘부채’라고 표시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상황에서 동일하게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SAFE 활용이 증가하면서 현행 회계기준이 실제 투자의 경제적 실질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SAFE가 상환만기와 이자가 없고 장래 지분 전환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적 특성을 가진다는 점을 언급하며,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는 회계처리가 가능하도록 관련 회계기준과 가이드라인을 개선·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는 관련 기준이 전면적으로 변경된 것은 아니므로, 계약 내용과 적용 목적에 따라 개별적인 검토가 여전히 필요합니다.

마무리

SAFE는 단순히 새로운 투자계약이 아니라, 스타트업 투자 방식의 변화를 반영한 제도입니다. 반면 회계기준은 이러한 변화를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따라서 SAFE를 활용하는 기업이라면 단순히 “부채인가, 자본인가”라는 이분법적인 질문보다,

  • 계약은 어떤 구조로 설계되어 있는지,
  • 현재 적용되는 회계기준은 무엇인지,
  • 정부지원사업이나 투자유치, 외부감사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계는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기업의 실질을 이해하는 과정에서는 계약의 경제적 실질 또한 함께 살펴보아야 합니다. SAFE는 이러한 원칙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일스톤 상담신청

단순 세금 신고를 넘어, 스타트업의 재무 전반을 함께 설계합니다.
문의를 남겨주시면 신속하게 연락드리겠습니다.

0 / 500
(필수) 에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