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AI에 쓴 돈, 자산인가요 비용인가요?

업데이트
작성일

지난 1년 사이 결산 자료를 받아 보면 눈에 띄게 늘어난 계정이 있습니다. API 사용료, GPU 임차료, AI 도구 구독료입니다. 규모도 작지 않습니다. 인건비 다음으로 큰 지출 항목이 된 회사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질문이 따라옵니다. “이거 개발비로 자산 처리하면 안 되나요? 어차피 제품 만드는 데 쓴 돈인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부분은 비용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출발점은 ‘통제’입니다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려면 식별 가능성, 통제, 미래 경제적효익, 신뢰성 있는 측정이라는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AI 관련 지출에서 가장 먼저 걸리는 것은 통제입니다.

외부 모델의 API를 호출하는 데 지출한 금액을 생각해 보십시오. 회사는 그 모델에 대해 아무런 권리를 갖지 않습니다. 제공사가 가격을 올리거나 모델을 단종하면 그대로 따라야 합니다. 제3자의 접근을 제한할 수도, 자산을 분리해 매각할 수도 없습니다. 통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자산이 될 수 없고, 사용한 기간의 비용입니다.

SaaS 형태의 AI 도구 구독료도 같습니다. 소프트웨어를 취득한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이용할 권리를 산 것이므로, 선급한 부분이 있다면 선급비용으로 두었다가 기간에 따라 비용으로 털어 내는 것이 원칙입니다. 여기에 더해, 클라우드 환경을 회사에 맞게 구성하고 커스터마이징하는 데 든 외주비 역시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보는 것이 국제적인 해석의 흐름입니다.

그럼 자산이 되는 경우는 없나요

있습니다. 다만 조건이 붙습니다.

1) 모델의 가중치나 소스코드에 대한 권리를 회사가 확보한 경우입니다. 오픈소스 모델을 자체 데이터로 파인튜닝해 결과물의 사용·수정·배포 권리를 회사가 갖는다면, 통제 요건은 충족될 수 있습니다. 외주 개발을 맡기더라도 계약서에 산출물의 지식재산권이 회사에 귀속된다고 명시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 조항이 빠진 개발계약서를 근거로 개발비를 자산화한 회사는 감사에서 거의 예외 없이 지적을 받습니다.

2) 자체 구축한 학습 데이터셋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집·정제에 상당한 비용이 들었고 배타적으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면 자산성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개 데이터를 크롤링한 것에 불과하다면 어렵습니다.

다만 통제 요건을 넘겨도 관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미래 경제적효익의 유입 가능성이 매우 높아야 합니다. 아직 매출이 붙지 않은 탐색 단계의 AI 프로젝트라면, 이 요건을 입증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연구단계와 개발단계를 구분하지 못하면 애초에 자산화 논의로 넘어갈 수 없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주십시오.

GPU를 빌렸다면 리스인지도 확인하세요

클라우드 GPU를 종량제로 쓰는 경우는 단순 비용입니다. 그러나 특정 서버나 장비를 일정 기간 전용으로 확보하는 계약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식별되는 자산이 있고 회사가 그 사용을 통제한다면 리스에 해당할 수 있고, 이 경우 사용권자산과 리스부채가 재무상태표에 올라옵니다. IPO를 준비하며 K-IFRS로 전환하는 시점에 부채비율이 갑자기 튀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R&D 세액공제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회계에서 비용으로 처리했다고 해서 세액공제를 못 받는 것은 아닙니다. 회계상 자산·비용 구분과 세액공제 대상 여부는 서로 다른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기업부설연구소나 전담부서에 소속된 인력이 신제품·신기술 개발을 위해 수행한 활동이라면, AI 관련 지출도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범용 소프트웨어 구독료나 단순 업무 효율화 목적의 도구 사용료는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같은 API 사용료라도 연구개발 과제와 연결된 사용분을 분리해 기록해 두었는지가 사후 검증에서 결정적입니다. 프로젝트 코드를 붙여 관리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마치며

AI 지출을 자산으로 올리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당장의 적자 폭이 줄고 재무비율이 나아 보이니까요. 하지만 자산화한 금액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언젠가 상각이나 손상의 형태로 돌아옵니다. 회계감사나 투자 실사에서 자산성이 부정되면, 몇 년치 개발비가 한꺼번에 비용으로 정리되며 훨씬 큰 충격이 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산화 여부를 서둘러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서와 지출 기록을 판단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두는 일입니다. 권리 귀속 조항, 프로젝트별 지출 구분, 연구소 인력의 참여 기록. 이 셋만 갖춰져 있으면 어느 쪽으로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마일스톤 상담신청

단순 세금 신고를 넘어,
스타트업의 재무 전반을 함께 설계합니다.
문의를 남겨주시면 신속하게 연락드리겠습니다.

0 / 500
(필수) 에 동의합니다.